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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환율전쟁'에 원화 1210원 돌파
'美中환율전쟁'에 원화 1210원 돌파
  • 유희준 기자
  • 승인 2019.08.0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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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며 1970선까지 하락, 코스닥 지수는 2년 6개월여만에 600선 밑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00원을 돌파하며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로 장을 열었다.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여파가 계속된 영향이다. [사진=뉴스1]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이 고관세를 무력화하기 위한 환율전쟁으로 이어지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10원대로 직행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크게 낮춰 공시해 환율 전쟁의 서막을 알리며 원화 가치도 동반 하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당분간 12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달러당 7위안 넘어서자 원화1218.30원까지 치솟아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5.6원 오른 1203.6원으로 출발했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시작부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200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1206.5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2017년 1월4일 이후 약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0.33% 떨어뜨린 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하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10원선을 넘어섰다. 이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을 넘어서자 오전 10시40분쯤 전거래일대비 20.3원 오른 1218.3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약 3년5개월 전인 2016년 3월3일 1227.00원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이 위안화를 달러당 6위안으로 관리했던 기존 관례를 버리고 포치(破七, 7위안선이 깨졌다는 의미)에 가까운 기준환율을 고시하며 환율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날 위안화가 급락한 것은 미국이 다음 달부터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에 대응해 중국당국이 위안화 안정 노력을 줄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가치 급락은 미국의 높은 관세를 상쇄할 수 있어 중국 수출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중이던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중국이 발표한 성명을 보면 더 이상 미국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통상적으로 동북아 안전자산은 엔화이고 위험자산은 위안화이기 때문에 대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몰리면 위안화는 절하되고 우리나라 원화도 함께 절하된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동조화된 원화…장기화 땐 외국 투자자 자금 이탈 우려

위안화는 아시아 통화를 이끄는 '대장' 역할을 해 원화도 위안화와 동조화돼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당분간 12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200원대 중반까지 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구두개입을 해도 환율이 진정되지 않고 있고 역내외에서 추격 매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환율만 급등하면 문제가 없는데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많이 팔고 있어 당분간 환율 상승을 막을 재료가 없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사실 지난 금요일 당국이 막판 미세조정을 했는데 상승 마감해 결국 1200원선이 뚫렸다"며 "시장에서는 1200원선을 넘었으니 어디까지 갈지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고, 당국이 미세조정을 통해 누를 가능성이 커 앞으로 1200원 초중반 레벨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 그 이면에 깔려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명예교수는 "이번 환율 폭등은 대외 상황에 대한 쇼크로 인한 시장 반응이어서 좋지 않은 시그널"이라며 "이는 주가 하락 등과 더불어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본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요소로 불안심리가 올라갔고 한국 경제 자체도 약해질 것이란 생각이 오늘 환율 폭등을 이끈 것"이라며 "경제가 더 안 좋아지거나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화가 강세인 만큼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출기업은 가격 경쟁력이 생겨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기업은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며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커져 경영적 판단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우려로 해외 투자자가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 자금이 더 빠져나갈 것이고 이는 주가 폭락,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우리 경제 성장은 정부 지출과 소비 증가가 이끌었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소비가 줄어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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